처음부터 중국산 음향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워낙에 민감한 귀를 소지한 탓에 성에 차지 않는 소리를 내는 음향기기는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간혹 펀사운드라고 해서 특이한 소리를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로서는 펀사운드는 취향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소리가 아닌 것을 별도로 즐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내는 음향기기에 집착하게 되고, 또 그 탓에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들어보려고 하는 버릇도 있다. 일단 들어봐야 소리를 알 수 있지 남들이 하는 말 백번 들어도 소리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내 삶에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고급제품들을 구하는데 관심이 쏠려 있었겠지만, 결국 경제적 여건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취향에 맞는 소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간혹은 이렇게, 그저 줘도 듣지 않을 법한 물건을 사보기도 한다. 이건 그야말로 소주 한 잔 먹는 비용도 들지 않을 정도이니, 호기심 해결을 위한 부담이 크지 않다. 남들이 좋다고 극찬을 할 때는 더더욱 호기심이 발동한다.
마트에 간 김에 다들 좋다고 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보여서, 와잎 눈총을 받으면서도 하나 사봤다.
"오오~ 좋네."
그걸로 끝이다.
삐죽한 모양새로 인해 착용도 불편하고, 착용하고 있어도 귀에서 자꾸 빠져나온다. 내 귀에 잘 맞지 않기도 하지만, 움직임에 좀 많이 취약한 듯 하다. 특히, 나처럼 누워서 뒹굴거리며 이어폰을 끼고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들을 때는 큰 문제는 없으나...
소리도 자꾸 듣다보면 좀 퉁퉁~한 소리가 난다. 저가형 제품들의 특징이다. 저음을 풍성하게 하려다보니 저음이 풀어지면서 끝맺음이 좋지 못하다. 이 가격에 이런 평가를 한다는 것도 웃기긴 하다.
실 사용중인 B&O E8 이어폰의 소리와 비교는 큰 의미 없어보인다. 메인이 배터리가 다 됐을 때, 충전 중에 잠깐씩만 쓰는 용도로 책상 위를 뒹굴거리는 중이다. 조만간 안보이는 곳으로 정리되어 방치되지 않을까 싶다. 손이 안간지 보름이 넘어간다.
그래도, 이정도면 중국산 음향기기들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구나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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