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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웨스턴랩 이어폰 (W3, UmPro50, W80)

 

   어쩌다 보니 웨스턴랩 사의 이어폰이 많다. 사진을 보고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일 오른 쪽에 있는 이어폰이 옛날에 가격이 얼마 안한다며 와이프를 속이려던 남편을, 와이프가 인터넷에 사진을 찍어 올리며 당시 거의 최고가 축에 속하는 이어폰임을 들키며 재밌는 애피소드를 만들어냈던 그 이어폰이다. 언뜻 보면 숫자가 안보이고 빨간 이빨같은 모양이라고해서 이빨 이어폰인가 ? 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었다. 아뭏든, 웨스턴랩에서 W3 를 출시했을 당시에는 이어폰에 몇십만원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많이 퍼져있지 않았다. 이어폰 전문샵에 가야지만 50만원이 넘는 이어폰을 접할 수 있었고, 당시 최고가 커스텀 이어폰이 갓 100 만원 넘는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시기였으니, W3 를 거금 57만원을 들여서 산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 이어폰을 사기 전에 내가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했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이어폰을 술먹고 놔두고 와서 잃어버릴 뻔 했던 일도 있었어니... ㄷㄷㄷ

 

   내가 구입한 최초의 웨스턴랩 이어폰인 W3도 구입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이어폰 샵을 들락날락 한 뒤에야 구매를 결정하고 개선장군마냥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가서 카드를 긁었더랬다. 그 당시 나와있는 기성제품 이어폰 중에는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소리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심지어 100만원이 넘는 커스텀도 들어봤지만 내 귀에는 그저 그런 십만원대 이어폰 소리와 다를 바 없었던 느낌이었다. 아마 웨스턴랩사의 튜닝엔지니어가 좋아하는 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소리의 결이 같은 것 아닐까 싶다. 들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웨스턴랩의 이어폰은 우선 소리의 분리도가 좋다. 즉, 고음-중음-저음으로 이어지는 소리가 서로 섞여서 멍청해지지 않고 각각의 악기소리를 분리해서 내어주려고하는 이어폰이다. W3 와 W80은 출시된 시기도 너무 차이가 나서 비교가 어려운 지경이지만, 출시 시점의 다른 이어폰들과의 경쟁구도로 본다면 당시 W3는 그 음의 분리도가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엔 그 흔해빠진 BA 드라이버가 옛날엔 청각장애인이나 귀가 어두운 사람들이 사용하는 보청기에나 사용되는 물건이었지, 이걸 감히 노래듣는 이어폰에 사용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고, W3가 시판되는 시기가 BA 드라이버가 이어폰에도 사용될 수 있고 그 소리도 수준급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아... 보청기가 그래서 비싼거였어 ?  라는 수긍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 중국제 이어폰들이 20만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BA 드라이버를 한 쪽에 8개씩 때려박는거 보면, 보청기가 비싼 건 그냥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인것 같기도 하다. 

 

 

 

   쨌거나... 웨스턴랩에서 시판하고 있는 이어폰 중에서는 W80이 끝판 왕급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리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각 음역대 사이에 나타나는 크로스오버도 심하지 않아 음의 분리도가 좋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면서 톤발란스가 아주 잘 잡혀있다. 사람에 따라서 각 음역대가 너무 분리가 되서 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라면 각각의 음역대에서 적당한 볼륨으로 제 역할을 하면서 내는 소리를 내어주는 이어폰을 싫어할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이것은 BA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이어폰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 개발되어 있는 BA 드라이버 특징은 하나의 BA 드라이버는 아주 좁은 주파수대에서만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BA 드라이버로 이어폰을 만들 때에는 각각의 주파수대를 담당하게 되는 드리이버를 적절히 배치해야 되는데, 분리도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BA 드라이버 갯수가 많은 것이 유리하지만, 이렇게 되었을 때는 각각의 드라이버에서 내는 소리를 아주 절묘한 영역대와 볼륨크기로 조율을 해야만 우리가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만약 BA 드라이버가 10개, 20개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이 조율이 엉망이라면 그야말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날 수도 있다.

 

   현재 중국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차이파이 이어폰들을 보면 10개 BA 드라이버를 넘어 21개 BA 드라이버를 한 쪽의 이어폰에 때려박은 이어폰도 나오고 있다. 즉, 양쪽에 20개 또는 42개의 BA 드라이버가 내 귓속에 소리를 퍼붓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차이파이는 가격에서 매우 큰 매리트가 있을만큼 저렴하다. 선택은 소비자에게 있다. 그리고 들어보면 왜 그 가격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단!! 요즘 그렇게 저렴한 차이파이라도 옛날에 날고 긴다던 이어폰보다는 소리가 좋은 경우가 많다. 아무리 차이파이라도 요즘의 기술력이 그 옛날의 기술력과 비교하긴 어려워졌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동 시대에 나온 이어폰이라면.... 이라는 전제가 있다. 무조건 드라이버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소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나는 이어폰도 아니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이다. 플렛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저음과 고음이 강조된 W 성향의 이어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어폰은 소리를 들어보고 사는 것이 가장 좋다.

 

   누가 나에게 이어폰 추천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청음샵에 가서 들어보고 사라고 해준다. 난 다른 사람의 소리 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이어폰을 추천해 줄 수 없다.